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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에서 가장 유명한 계곡이 어디냐고 물으면, 다들 비슷한 이름을 댑니다. 그런데 정작 현지에 오래 사신 분들조차 모르는 계곡이 따로 있다면 믿어지시겠습니까?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작년 여름, 직접 찾아갔다가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말문이 막혔습니다.

타잔계곡, 왜 아무도 모를까
계곡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타잔계곡'이라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타잔계곡이란 나무에서 뛰어내리거나 줄을 매달아 수면으로 다이빙할 수 있을 만큼 수심이 깊고 지형이 험한 자연 계곡을 통칭하는 표현입니다. 각 지역마다 이런 별명을 가진 포인트가 하나씩 있는데, 가평에도 아는 사람만 극소수로 찾는 그런 장소가 있습니다.
진입로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제가 직접 내려가 봤는데, 경사가 어마어마하게 가팔라 슬리퍼를 신고 내려갔다가는 발목이 남아나질 않겠다 싶었습니다. 아쿠아 슈즈(aqua shoes), 즉 바닥에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된 수상 활동 전용 신발을 반드시 착용해야 합니다. 맨발이나 일반 샌들은 젖은 바위 위에서 제동력이 거의 없어 낙상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아기나 유아를 동반한 가족은 솔직히 이 계곡만큼은 피하시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입로 주변에는 ASF(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한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ASF란 치사율이 거의 100%에 달하는 돼지 전염병으로, 바이러스 차단을 목적으로 해당 구역에 철조망이 둘러쳐진 것입니다. 사람이 출입을 못 하게 막는 시설이 아니라 야생 멧돼지 이동 경로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이므로, 이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도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도록 음식물 반입은 삼가야 합니다.
계곡에 도착하는 순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웅장한 나무 한 그루가 수면 위로 가지를 드리운 채 폭포수 앞에 서 있는 장면이 마치 누군가 공들여 그린 그림 같았습니다. 물 위에 반사된 나무 그림자까지 더해지니, 사진으로 찍어도 보정이 필요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 계곡을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 챙겨야 할 핵심 장비는 다음과 같습니다.
- 아쿠아 슈즈: 경사진 바위와 미끄러운 계곡 바닥에서 필수
- 드라이탑 스노클: 날벌레와 쇠파리 차단에 효과적
-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 수심 3m 이상이므로 수영에 자신 없으면 필수
- 방충 대책(모자, 긴 소매): 말벌과 쇠파리 시즌에는 노출 최소화
암반수와 드라이탑 스노클, 물속에서 겪은 일
물에 발을 담그는 순간, 저도 모르게 "헉" 소리가 나왔습니다. 단순히 시원한 정도가 아니라, 뼛속까지 파고드는 냉기였습니다. 제가 챙겨간 수온 측정 장비로 확인해 보니 수온이 15~18도 사이를 오가고 있었는데, 이처럼 급격한 온도 변화의 원인은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암반수 때문이었습니다. 암반수란 지하 암석층을 통과하며 자연 여과된 지하수가 계곡 바닥 틈으로 용출되는 물을 말합니다. 수온이 연중 낮고 일정하며, 물이 뿌옇게 보이는 구역에서 갑자기 냉기가 느껴지면 암반수가 솟는 지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입수할 때 갑작스러운 냉각에 노출되면 심부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열쇼크(heat shock) 반응이 올 수 있습니다. 열쇼크란 뜨거운 환경에 있다가 극저온의 자극을 갑자기 받았을 때 심박수와 혈압이 순간적으로 급변하는 신체 반응으로, 심한 경우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입수를 시도하다가 수온에 놀라 유턴한 뒤, 심장 부위를 물로 천천히 적시며 수온 적응 과정을 다시 밟았습니다. 수온이 낮은 계곡일수록 이 과정을 절대 생략하면 안 됩니다. 질병관리청도 여름철 익수사고 예방 지침에서 입수 전 충분한 준비운동과 단계적 체온 적응을 필수 권고 사항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스노클링을 즐기기로 했는데, 이때 제가 챙겨간 드라이탑 스노클(dry-top snorkel)이 빛을 발했습니다. 드라이탑 스노클이란 호흡구 상단에 밸브가 달려 있어 물이나 이물질이 안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구조의 스노클입니다. 뻥 뚫린 일반 스노클은 날벌레가 많은 환경에서 벌레가 튜브 안으로 들어올 위험이 있는데, 드라이탑 구조는 이 문제를 원천 차단해 줍니다. 계곡에 날벌레가 유독 많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에 미리 챙긴 것인데,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물속으로 들어가니 수심이 상당했습니다. 제가 봤을 때 최소 3m, 비가 내리고 나면 3.5~4m까지 불어날 수 있는 구간이 있었습니다. 그 깊이에서 다슬기가 바닥을 가득 덮고 있었고,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모습이 스노클 너머로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물고기들이 다가와 피부의 각질을 먹는, 일종의 자연 피시 테라피(fish therapy) 효과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말벌과 쇠파리, 계곡에서 진짜 조심해야 할 것
솔직히 이 계곡을 소개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있습니다. 벌레입니다. 제가 작년에 이 계곡 입구에서 거대한 말벌 때문에 차 안에 갇혀 있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에 계속 제 주변을 맴돌았는데, 물릴 경우 단순한 통증을 넘어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반응이 올 수 있습니다. 아나필락시스란 벌독 등 특정 항원에 과민하게 반응한 면역계가 전신에 급격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상태로, 혈압 저하와 호흡 곤란을 동반하며 신속한 처치가 없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5~9월 사이 말벌 활동이 가장 왕성하므로, 이 시기에 방문하실 분들은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출처: 국립공원공단).
쇠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쇠파리에 물려 본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물린 부위가 퉁퉁 붓고 열감과 통증이 하루 이상 지속됩니다. 저는 모자 뒤쪽에 천을 덧대서 목까지 가리는 방식으로 방어했는데, 이것만으로도 꽤 효과가 있었습니다. 여름 계곡 물놀이에서 선크림, 물통보다 방충 대책이 먼저라는 사실을 이 계곡에서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물놀이를 마치고 나서는 근처 단골 식당에 들러 닭 목살과 치즈 닭갈비를 먹었습니다. 사장님이 직접 추천해 주신 메뉴를 상추와 깻잎에 올리고 녹진한 치즈를 얹어 한 입 베어 무니, 오한이 돌던 몸이 언제 그랬냐는 듯 풀렸습니다. 계곡 탐험 뒤의 식사가 왜 유독 맛있게 느껴지는지, 그 이유를 이날 제대로 체감했습니다.
가평의 이 숨겨진 타잔계곡은 분명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장소입니다. 다만, 가파른 진입로와 깊은 수심, 강력한 암반수, 그리고 여름철 벌레 문제는 반드시 인지하고 가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수영에 자신 있는 성인 동반자와 함께, 방충 장비와 드라이탑 스노클, 아쿠아 슈즈를 빠짐없이 챙겨 방문하시길 권합니다. 깨끗하게 즐기고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오는 것, 이 두 가지만 지켜 주신다면 이 자리가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