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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인스타에서 '핫플'로 뜨는 곳들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예쁜 사진 뒤에 주차 전쟁이 숨어 있거나, 막상 가보면 편의시설이 전무해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양양 이른 여름 스노클링 투어는 조금 달랐습니다. 기대 이하인 곳도, 기대 이상인 곳도 있었고, 그 경험을 그대로 풀어놓겠습니다.

광진해변: 숨겨진 스노클링 스팟의 민낯
처음 광진해변을 검색할 때 네이버 지도에는 아예 나오지 않았습니다. 티맵에서야 겨우 찾을 수 있었는데, 이 단계부터 이미 '진짜 숨은 곳'이라는 느낌이 왔습니다. 해변 바로 앞 주차 공간은 세네 대가 전부였고, 제가 직접 가보니 차 한 대가 비좁게 들어선 틈에 또 다른 차가 막 끼어드는 아슬아슬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저는 미련 없이 조금 위쪽에 있는 인구해변 근처 공영주차장에 차를 댔습니다. 걸어서 3분 거리인데, 주차 자리 하나 잡으려고 아등바등하는 것보다 이쪽이 훨씬 낫습니다.
막상 내려가서 본 물 색깔은 말이 필요 없었습니다. 6월 초, 수온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인데도 투명도가 상당했습니다. 스노클링에서 투명도란 수중 가시거리를 가리키는 개념으로, 쉽게 말해 물속에서 얼마나 멀리, 선명하게 볼 수 있느냐를 뜻합니다. 투명도가 높을수록 해양 생물 관찰이 쉬워지는데, 광진해변은 6월 초임에도 이 투명도가 꽤 인상적인 수준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들어가보니 얕은 모래사장 구간을 지나 방파제 쪽으로 나아갈수록 수심이 점차 깊어졌습니다. 이 구간에서는 조류(潮流), 즉 조석 간만의 차에 의해 형성되는 바닷물의 흐름을 주의해야 합니다. 얕은 곳에서 노는 가족 단위 방문객과 달리, 방파제 근처를 탐색할 때는 조류의 방향과 세기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바위 사이사이 숨어 있는 해양 생물들이 많아서, 저는 여기서만 한 시간 가까이 물속을 들여다봤습니다.
다만 이곳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화장실이 없습니다.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 사실을 모르고 들어갔다가 은근히 곤란한 상황이 생길 뻔했습니다. 방문 전 반드시 볼일을 마치고 오셔야 합니다. 광진해변을 찾기 전 꼭 확인해야 할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네이버 지도보다 티맵으로 검색할 것
- 해변 앞 주차는 포기하고 인구해변 근처 공영주차장 이용
- 화장실이 없으므로 사전에 해결 필수
- 방파제 근처는 수심이 급격히 깊어지므로 구명조끼 착용 권장
- 슈트 착용 시 6월 초 수온에서도 장시간 체류 가능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스노클링 사고의 상당수가 수심 변화에 대한 인지 부족과 구명조끼 미착용에서 비롯됩니다(출처: 해양수산부). 광진해변처럼 얕은 구간과 깊은 구간이 혼재하는 지형에서는 특히 이 부분을 신경 써야 합니다.
하조대 전망대와 설악해변 차박: 유명세의 빛과 그림자
광진해변에서 차로 10분이면 하조대 전망대 포인트에 닿습니다. 두 곳을 묶어서 이동하기에 딱 좋은 거리입니다. 제가 직접 가보니, 평일 금요일인데도 이미 물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주말에는 진입로까지 차가 줄지어 선다고 하니, 주차는 외곽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하조대 전망대 포인트의 가장 큰 특징은 암반 지형입니다. 암반 지형이란 모래 대신 바위로 이루어진 해저 및 해안 지형을 말하는데, 모래사장과 달리 몸에 모래가 전혀 묻지 않습니다. 물에서 나와도 바로 깔끔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서, 모래 씻어내는 번거로움을 싫어하는 분들에게는 광진해변보다 오히려 이쪽이 더 맞을 수 있습니다. 다만 바위를 밟고 바다로 직접 입수하는 구조라 미끄럼에 주의해야 하고, 입수 즉시 수심이 깊어지는 구조이므로 구명조끼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물놀이를 마치고 바다 앞에서 먹은 컵라면 한 그릇이 그날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그때 느낀 건, 여행지의 음식 맛은 60퍼센트가 배경이라는 사실입니다. 화장실과 발 씻는 시설이 잘 갖춰진 점도 광진해변과 확연히 달랐고, 이 부분에서 두 곳의 편의성 차이가 확실히 체감됐습니다.
해가 질 무렵에는 설악해변으로 이동해 차박을 했습니다. 차박이란 차량을 숙소처럼 활용해 차 안에서 숙박하는 여행 방식으로, 별도의 숙박비 없이 자유롭게 이동하며 묵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도착했을 때 이미 좋은 자리는 다 점령된 상태였습니다. 경쟁이 생각보다 치열합니다. 저는 뒤에 화장실, 앞에 바다가 보이는 자리를 간신히 잡았습니다.
바로 옆에 후진항 활어센터가 있다는 것을 알고서는 망설임 없이 들어갔습니다. 갓 잡아 올린 활어회에 소주 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양양 차박의 정석인 듯했습니다. 다만 설악해변처럼 인파가 몰리는 곳에서는 차박 허용 구역과 금지 구역을 미리 파악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스타에서 핫플로 소문난 장소일수록 취사 금지나 쓰레기 문제로 규정이 바뀌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차박 및 야영 관련 민원은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일부 해변에서는 야영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입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양양은 스노클링, 차박, 활어회까지 여름 하루를 꽉 채울 수 있는 곳입니다. 수온이 본격적으로 오르는 7월 이후에는 해양 생물의 활동성이 높아져 스노클링 볼거리도 더 풍부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광진해변처럼 아직 덜 알려진 곳은 극성수기 전에 다녀오는 것이 훨씬 낫고, 하조대처럼 이미 유명해진 곳은 평일 이른 시간을 노리는 것이 최선입니다. 다음 방문 때는 조금 더 여유로운 날을 잡아 두 군데를 느긋하게 돌아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