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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10만 명을 넘어선 용인시는 경기도에서 수원 다음으로 큰 도시입니다. 에버랜드 하나만 알고 갔다가 하루 만에 구도심부터 신도심까지 전혀 다른 세 개의 도시를 경험한 것 같았습니다. 용인이 낯설게 느껴지는 분들께 실제로 걸으며 확인한 동선과 솔직한 인상을 공유합니다.

에버라인 타고 만난 구도심, 김량장동
용인 여행의 첫 번째 고민은 에버랜드 외에 어디서 시작할지였습니다. 에버랜드 셔틀버스 정류장 바로 옆에 용인 경전철 에버라인이 있다는 걸 알고 나서야 동선이 풀렸습니다. 제가 직접 탑승해보니 운전사가 없는 완전 자동 무인 열차였고, 통유리창 너머로 산과 아파트가 교차하는 용인의 풍경이 꽤 인상적으로 펼쳐졌습니다.
여기서 에버라인의 운영 방식인 AGV(무인자동열차운전) 방식을 잠깐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AGV란 기관사 없이 중앙 관제 시스템이 속도와 경로를 제어하는 자동화 운전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선로 위에서 달리는 무인 셔틀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타보면 창가에 앉아 앞으로 쭉 뻗은 선로를 바라보는 맛이 있어서, 이동 자체가 하나의 체험이 됩니다.
경전철을 타고 내린 김량장동은 조선시대부터 장이 섰던 용인의 구도심입니다. 용인 중앙시장 안 순대거리를 걷는데 양쪽으로 노포들이 즐비했는데, 방문 당일은 5일장이 열리는 날이 아니라 생각보다 한산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시장 특유의 활기를 기대했다가 빗나간 셈이었지만, 덕분에 골목 구석구석을 여유 있게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처인구 일대를 걸으며 가장 눈에 들어온 건 산자락까지 빽빽하게 들어찬 고층 아파트 단지였습니다. 용인시는 현재 처인구를 중심으로 국가첨단산업단지, 즉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 중입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SK하이닉스를 비롯한 300개 이상의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입주 예정인 국가 주도 산업단지입니다(출처: 용인시청). 구도심의 조용한 골목과 그 뒤편에서 진행 중인 첨단 산업의 흐름이 묘하게 겹쳐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평일의 한국민속촌, 조용해서 오히려 좋았습니다
오후에는 한국민속촌으로 이동했습니다. 주말이었다면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가득했겠지만, 평일이라 대부분의 콘텐츠는 닫혀 있었습니다. 처음엔 아쉬웠는데 막상 걷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관람객이 거의 없으니 조선시대 가옥과 돌담길,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조용한 바람 소리가 오롯이 느껴졌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류의 전통 야외 공간은 사람이 많으면 사진 찍기에는 좋아도 분위기를 즐기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민속촌은 단순한 테마파크가 아니라 무형문화재(無形文化財) 보유자들이 실제로 시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무형문화재란 연극, 음악, 공예, 놀이 등 사람의 몸과 기술로 전승되는 비물질적인 문화유산을 뜻합니다. 주말에는 줄타기, 마상무예 같은 공연이 바로 이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에 의해 진행되는데, 평일 방문이라 볼 수 없었던 점은 솔직히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다음에 온다면 반드시 주말을 택할 것 같습니다.
러브버그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였는데 민속촌 내부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무가 많고 기류가 안정된 환경 덕분인지, 도심보다 훨씬 쾌적했습니다. 내부에 작은 놀이공원도 있었는데 이곳 역시 조용해서, 어린 자녀와 함께 여유롭게 즐기기에는 오히려 이런 날이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용인시 문화관광 통계에 따르면 한국민속촌의 연간 방문객 수는 코로나19 이전 기준 약 100만 명에 달했으며, 외국인 방문객 비중도 꾸준히 증가 추세입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수치로 보면 용인의 핵심 관광 자원임이 분명한데, 평일 콘텐츠 공백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보입니다.
수지구와 보정동, 용인의 또 다른 얼굴
민속촌을 나와 서울과 가장 가까운 용인 북부 수지구로 이동했습니다. 이쪽은 구도심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적한 시골이었던 곳이 경부고속도로와 분당수서간 고속화도로라는 광역 교통망을 기반으로 빠르게 팽창한 신도시입니다.
분당수서간 고속화도로는 수도권 외곽 도시들이 서울 강남권과 연결될 수 있게 해주는 도시 고속화도로로, 이 도로의 개통이 수지구 개발을 폭발적으로 앞당긴 계기가 됩니다. 쉽게 말해 강남까지 차로 30분 안에 닿는 접근성이 수지구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늦은 저녁에도 죽전역 주변은 퇴근길 직장인들로 붐볐고, 역 옆에는 스타필드 마켓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보정동 카페거리에도 들렀는데, 예상보다 아기자기한 개인 카페들이 많았습니다. 탄천길을 따라 산책하는 시민들의 여유로운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녁 늦은 시간에도 카페마다 사람들이 가득한 걸 보면서, 이 지역의 상권 밀도가 단순한 주거지를 넘어섰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하루 용인 여행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에버라인: 에버랜드 셔틀버스 정류장 인근 탑승, 구도심 접근에 최적
- 김량장동 용인 중앙시장: 장날(1, 6일 장) 맞춰 방문해야 시장 분위기 살림
- 한국민속촌: 공연·체험 원한다면 반드시 주말 방문
- 수지구·죽전역: 신도심 분위기, 스타필드 마켓 및 보정동 카페거리와 함께 묶어서
-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 언덕이 매우 가팔라 운동화 필수
용인이라는 도시가 에버랜드 하나로 요약되지 않는다는 걸 이번에 제대로 확인했습니다. 구도심의 정겨운 시장골목, 조선 시대 분위기를 간직한 민속촌, 그리고 강남 부럽지 않은 수지구의 활기까지, 하루에 전혀 다른 용인을 세 개나 만났습니다. 다만 난개발로 인한 교통 체증 문제는 실제로도 체감이 됐습니다. 반도체 클러스터로 또 한 번 팽창을 준비하는 도시인 만큼, 양적 성장과 교통 인프라 확충이 함께 가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용인의 다음 여행을 계획한다면, 장날과 주말을 겹쳐 잡는 것만으로도 훨씬 알찬 하루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