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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춘천에 닭갈비 먹으러 간다고 하면서도 '외국인 친구가 과연 좋아할까' 걱정을 먼저 했습니다. 익숙한 음식이 아닌데 첫 한입에 실망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 제 걱정이 완전히 기우였습니다. 이번 4일 연휴, 가족과 인도네시아 친구 르멘카와 함께한 춘천·강릉 여행은 예상보다 훨씬 더 풍성했습니다.

인생 첫 숯불 닭갈비, 그리고 진짜 문화 교류
닭갈비를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친구와 춘천에 갔을 때, 저는 단순히 맛집 탐방 이상의 경험을 하게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숯불 직화 방식으로 구워지는 닭갈비는 일반 프라이팬 방식과는 결이 다릅니다. 숯불 직화란 목탄이나 연탄 등 숯불 위에 직접 재료를 올려 굽는 조리 방식으로, 훈연향이 고기에 배어들어 가스불로는 낼 수 없는 특유의 깊은 풍미가 생깁니다. 처음 보는 숯불 앞에서 르멘카가 눈을 동그랗게 뜨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식당에서 귀여운 아기용 앞치마를 가져다 주셨는데, 노란색을 고른 르멘카와 제가 앞치마를 두르고 나란히 앉은 모습에 저희 엄마가 뿌듯한 미소를 보내셨습니다. 엄마들은 딸 보는 것만으로 행복하신 것 같다고 했더니 르멘카도 공감하며 웃었고, 그 순간 국경을 넘어 통하는 감정이라는 게 따로 있구나 싶었습니다.
제가 직접 닭갈비 맛있게 먹는 법을 전수했습니다. 고기와 막국수를 함께 젓가락에 올려서 먹는 방식인데, 처음엔 젓가락질이 서툴러 고생하던 르멘카가 "맛있다"를 연발하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습니다. 한식의 공식 지표로 볼 수 있는 한식 세계화 현황을 보면, 한국 음식에 대한 외국인 만족도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데, 실제로 제 눈앞에서 그 반응을 직접 목격하니 통계가 실감 나게 다가왔습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식사 중에 인도네시아어도 배웠습니다. 미안할 때는 "Maaf(마아프)", 감사할 때는 "Terima kasih(뜨리마 까시)"라고 하는데, 여기서 Terima kasih란 인도네시아어로 '고맙습니다'라는 뜻으로, 공식적인 자리부터 일상 대화까지 두루 쓰이는 가장 기본적인 감사 표현입니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언어를 주고받으며 밥을 먹는 이 장면이 저에겐 그 어떤 관광지보다 특별한 장면으로 남았습니다.
이렇게 한 끼 식사에서 얻을 수 있는 문화 간 상호 학습, 즉 크로스 컬처럴 커뮤니케이션(Cross-cultural Communication)의 가치를 생각해 볼 때 단순한 먹방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크로스 컬처럴 커뮤니케이션이란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언어·행동·가치관을 교환하는 소통 방식을 말합니다. 춘천 닭갈비 한 판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입니다.
이번 닭갈비 코스에서 제가 느낀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숯불 직화 방식은 가스불과 달리 훈연향이 배어 풍미가 깊어진다
- 닭갈비와 막국수를 함께 먹으면 느끼함이 잡히고 식감의 대비가 살아난다
- 마요네즈 소스는 구운 고기의 짠맛을 중화시키는 디핑 소스로 활용된다
- 외국인 동반 시 앞치마를 준비해 주는 식당이라면 입문자에게도 부담이 없다
도깨비 촬영지부터 야외 온천까지, 엄마랑 둘이서
르멘카와의 하루를 마친 다음 날부터는 엄마와 단둘이 강릉·주문진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이천 아울렛에서 가디건을 살펴보다 핏은 좋은데 색이 엄마 얼굴빛과 안 맞아 내려놓았던 장면이 웃겼습니다. 아울렛 쇼핑에서 컬러 매칭(Color Matching)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는데, 컬러 매칭이란 착용자의 퍼스널 컬러, 즉 피부 톤과 의류 색상이 조화를 이루는지를 따지는 것으로, 같은 옷이라도 어울리는 색을 입었을 때 피부가 훨씬 화사하게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엄마한테 "색이 좀 더 화사해야 할 것 같아"라고 했더니 바로 수긍하셨는데, 돌아보면 제가 나름 꽤 솔직한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주문진 동해 바다에 도착했을 때 저는 잠깐 멍해졌습니다.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알려진 그 방파제 앞에 섰을 때 바람이 예상보다 훨씬 세서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날렸고, 결국 릴스(Reels) 촬영을 포기하다시피 했습니다. 릴스란 짧은 세로형 영상 콘텐츠를 뜻하는 인스타그램 기능으로, 최근 여행 기록을 남기는 가장 보편화된 숏폼 포맷입니다. 저도 모양새 갖추려고 애썼지만 결국 "그냥 릴스나 찍자"로 마무리된 것이 오히려 솔직한 여행 기록이 된 것 같아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번 여행의 진짜 마무리는 야외 온천 유수풀이었습니다. 수영을 마치고 나와 갓 튀겨 나온 치킨을 먹는데 엄마가 오래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제가 어릴 때 치킨무를 너무 맛있게 먹자 엄마가 "나도 치킨무가 되고 싶다"고 했더니 제가 "엄마를 깨물어 줄까?"라고 대답했다는 이야기인데, 갓 튀긴 치킨을 먹으며 그 이야기를 듣다 보니 웃음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이런 식사 자리에서 나오는 에피소드 하나가 여행 전체 분위기를 바꿔놓기도 합니다.
야외 온천 유수풀에서 은은하게 켜진 조명 아래 물에 둥둥 떠 있던 시간은 솔직히 제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힐링이 됐습니다. 다만, 야외 유수풀을 처음 이용하는 분들께 드리는 실질적인 팁을 말씀드리자면, 야간 개장 여부와 수영모·래쉬가드 착용 규정은 시설마다 다르기 때문에 방문 전 반드시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국내 관광지 관련 편의 시설 정보는 한국관광공사 공식 정보를 통해 사전 확인이 가능합니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워터파크·온천 시설 이용 불만 중 상당 부분이 사전 이용 규정 미확인에서 비롯된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4일이라는 짧지 않은 연휴를 춘천, 강릉, 이천으로 나누어 보냈는데, 이 세 지역은 이동 거리가 꽤 됩니다. 춘천에서 강릉까지는 영동고속도로 기준으로 약 1시간 30분, 강릉에서 이천은 2시간 안팎이 걸립니다. 처음부터 루트를 잘 짜지 않으면 이동 시간으로 하루를 날릴 수도 있으니, 닭갈비와 바다를 모두 즐기고 싶다면 춘천 1일차, 이천 쇼핑 2일차, 강릉·주문진·온천 3~4일차로 나누는 동선이 효율적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번 여행에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계획한 것보다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장면들이 더 오래 기억된다'는 점이었습니다. 노란 앞치마를 두르고 박수를 치던 르멘카, 갓 튀긴 치킨 앞에서 옛날이야기를 꺼내던 엄마, 유수풀 안에서 바라보던 조명 아래 나무. 이런 순간들은 어떤 맛집 정보나 루트 가이드보다 오래 남습니다. 춘천이나 강릉 여행을 계획 중이신 분들이라면, 너무 빽빽하게 짜기보다 여백을 조금 남겨두시길 권해드립니다. 그 여백에서 진짜 기억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