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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통영 중앙시장에서 회를 사면 무조건 이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관광객 입장에서 좌판 앞에 서면 뭔가 저렴하게 잘 사고 있다는 기분이 들거든요. 그런데 막상 먹고 나면 배가 덜 찬 느낌, 맛이 기대에 못 미치는 느낌. 그 찜찜함의 원인을 이번에야 제대로 파악했습니다.

흥정 전에 알았어야 할 것들
대전에서 차로 두 시간을 달려 통영에 도착했습니다. 남망산 조각공원을 가볍게 돌고 나서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고, 당연하다는 듯이 중앙시장으로 향했습니다. 동피랑 벽화마을과 가까워서 관광객이 넘칠 줄 알았는데, 5월 마지막 주 토요일치고는 꽤 한산한 편이었습니다.
좌판 앞에 서자마자 "세 마리 5만 원"이라는 말에 솔깃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이런 구색 세트가 제일 문제입니다. 구색 세트란 크기가 제각각인 생선 여러 마리를 묶어 가격을 낮춰 보이게 구성한 판매 방식을 말합니다. 언뜻 저렴해 보이지만, 실제로 뼈를 발라내고 나면 가식부율(可食部率)이 현저히 낮습니다. 가식부율이란 생선 전체 무게 중 실제로 먹을 수 있는 살의 비율을 뜻하는데, 작은 생선일수록 이 비율이 떨어져 썰어 놓은 회의 양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시장 상인들은 수십 년째 같은 자리에서 장사해온 분들입니다. 흥정에서 소비자가 이기기란 사실상 어렵습니다. 저도 처음엔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며 광어 큰 놈을 찾아 한참 발품을 팔았습니다. 상인들과의 흥정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자연산과 양식을 구분하는 기준 중 하나는 배 부분의 색깔이지만, 정품 양식 광어는 배가 뽀얗고 하얀 경우도 있습니다. 무조건 얼룩이 없다고 양식 저급품으로 단정하지 마세요.
- 살을 손가락으로 눌러봤을 때 탄력이 바로 돌아오는지 확인하는 것이 활어(活魚) 여부를 판단하는 현장 방법입니다.
- 여러 마리 묶음 세트보다 한 마리로 무게가 나가는 생선을 고르는 것이 같은 가격 대비 훨씬 낫습니다.
- 중앙시장 좌판은 점포 면적 기준 미달로 카드 단말기 설치 허가가 나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현금을 미리 준비하거나, 카드 결제를 원한다면 인근 활어센터를 이용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광어 고르기, 이렇게 하니 달랐습니다
결국 제가 선택한 건 2.3kg짜리 정품 양식 대광어였습니다. 여기서 정품 양식이란 일반 양식과 달리 사육 밀도와 먹이 관리를 엄격히 통제한 고등급 양식 방식으로 키운 생선을 뜻하며, 육질의 밀도와 지방 함량이 일반 양식보다 높아 식감이 훨씬 좋습니다. 사장님이 살을 직접 눌러보라고 하셔서 만져봤더니 확실히 차지고 탄탄한 느낌이 달랐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해보니 크기에서 오는 자신감이 있더라고요.
흥정을 통해 6만 원 초반에 정리했고, 거기에 멍게와 해삼을 각각 만 원씩 추가했습니다. 멍게와 해삼은 따로 흥정할 것도 없이 시세가 명확한 편이라 부담이 적었습니다. 해삼은 홀로트리아(Holothuria), 즉 극피동물문에 속하는 해산물로 타우린과 콘드로이틴 성분이 풍부해 피로 회복과 관절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국립수산과학원).
좌판에서 회를 구매하면 인근 초장집에서 썰어주고 상을 차려줍니다. 이 과정에서 상차림비와 매운탕 비용이 별도로 발생하기 때문에, 최종 금액은 생각보다 일반 횟집 수준에 가깝게 올라갑니다. 이 부분을 미리 인지하지 못하면 "싸게 먹었다"는 착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도 예전엔 그 착각 속에서 어딘가 허전한 마음으로 시장을 나섰던 것 같습니다.
초장집 후기, 큰 걸 골랐더니 달라졌습니다
초장집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대광어 한 마리를 크게 손질해서 내왔는데, 그 비주얼부터 달랐습니다. 두께가 확실히 있고, 한 점이 먹음직스럽게 두툼했습니다. 상추 위에 두 점을 올리고 쌈장을 찍어 한입에 넣으니, 한 달 전에 다른 곳에서 먹었던 작은 자연산 광어와 비교가 됐습니다. 아내도 한마디 했습니다. "그때 것이랑 아예 선이 달라." 저도 정확히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회의 탄력성과 풍미 차이는 어획 후 경과 시간과 생선의 크기에서 비롯됩니다. 수산물 신선도 지표인 K값(선도 지수)은 ATP(아데노신삼인산) 분해 산물의 비율로 측정되며, K값이 낮을수록 신선한 상태임을 나타냅니다. 쉽게 말해 K값이란 생선이 죽은 후 세포 에너지가 얼마나 분해됐는지를 수치화한 지표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회로 먹었을 때 쫀득하고 감칠맛이 살아있습니다(출처: 해양수산부). 활어 상태로 유통되는 시장 좌판의 생선이 일반 유통 생선보다 K값이 유리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초장집의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밑반찬, 즉 스끼다시가 거의 없다는 것과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는 점은 편의성을 중시하는 분들에게 분명 감점 요인입니다. 회 자체의 퀄리티 하나로 그 아쉬움을 덮을 수 있었던 건, 처음부터 큰 생선 한 마리를 골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영 중앙시장 좌판 회를 제대로 즐기려면 결국 원칙은 단순합니다. 자잘한 여러 마리보다 크고 무게 나가는 한 마리를 택하고, 현금을 챙겨가고, 카드나 밑반찬이 꼭 필요하다면 70m 옆 활어센터를 이용하는 게 현명합니다. 통영은 어디서 무엇을 먹어도 좋은 곳이지만, 그 중에서도 좌판 흥정의 묘미와 초장집에서 펼쳐지는 한 상은 여행의 밀도를 확실하게 올려줍니다. 다음번엔 서호시장도 한번 새벽에 일찍 가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