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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6월 말에 새로 문을 연 남산 '한국 숲 정원'은 단순히 산책로를 새로 단장한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울진, 담양, 강진 등 전국 명품 숲을 테마별로 압축해 도심 한가운데 옮겨다 놓은 기획이 생각보다 훨씬 정교하게 구현되어 있었습니다. 서울역에서 버스 한 번에 10분이면 닿는다는 접근성까지 더하면, 요즘 도심 속 힐링 공간 중에서 이만한 곳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솔숲원과 지당원, 실제로 걸어보니

    일반적으로 테마 정원이라고 하면 조화나 모형 같은 인공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걷는 내내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솔숲원'에서는요. 울진 금강소나무 숲을 모티브로 조성한 이 구간은 수령이 제법 된 소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어, 수관(樹冠), 즉 나무 꼭대기 부분이 만들어내는 그늘이 길 위를 제법 덮어줬습니다.

    솔숲원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황토 맨발 건강길이었습니다. 요즘 트렌드인 어싱(Earthing)을 즐기러 오신 분들이 꽤 많았는데, 어싱이란 맨발로 흙이나 자연 지면과 직접 접촉함으로써 지구의 자유전자를 몸으로 흡수해 항산화 효과를 얻는다는 개념입니다. 저도 반신반의하며 신발을 벗어봤는데, 황토 특유의 부드럽고 촉촉한 질감이 발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느낌이 생각보다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피부 과학적으로 보면 지압 자극이 말초 혈액순환을 촉진할 수 있다는 근거도 있으니, 단순한 유행만은 아닌 듯합니다(출처: 국립공원공단).

    오른쪽 코스인 '지당원'은 담양 죽록원과 소쇄원을 테마로 조성한 구간입니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을 따라 걷다 보면 이끼원(Moss Garden)이 나타나는데, 이끼원이란 이름 그대로 다양한 이끼류 식물을 집중적으로 배치한 구역으로, 상시 수분을 공급해 공중 습도를 높게 유지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덕분에 이 구간은 한여름에도 체감 온도가 확연히 낮고, 공기 자체가 촉촉하게 느껴집니다.

    지당원 안쪽에는 유리 지붕을 얹은 정자가 있습니다. 안쪽을 흰 천으로 가려 직사광선을 부드럽게 걸러낸 구조인데, 제가 직접 들어가 앉아봤을 때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한 구도가 꽤 근사했습니다. 한국 숲 정원 전 구간에서 포토 스팟(Photo Spot), 즉 사진 찍기 좋은 장소를 꼽으라면 이 정자 주변을 첫 번째로 꼽고 싶습니다.

    방문 전에 체크해 두면 좋은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주차 공간이 협소하므로 서울역 4번 출구에서 402번 또는 405번 버스 이용 권장 (배차 간격 약 5분)
    • 맨발 걷기를 원한다면 여분 양말 지참 필수 (세족 시설은 곳곳에 설치되어 있음)
    •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무렵 방문 시 그늘 부족 문제를 피하고 조용한 숲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음
    • 반려견 동반 가능 (목줄 착용 권고)

    남산 하늘숲길로 이어지는 트레킹

    '영지원' 쪽으로 방향을 틀면 분위기가 또 달라집니다. 담양 명옥헌을 테마로 한 이 구역은 배롱나무와 연못 중심으로 조성되어, 물 위에 반영된 숲의 모습이 꽤 고즈넉합니다. 영지원 맞은편에는 '남산 마루'라는 전망대가 있는데, 강진 다산초당을 모티브로 만든 공간입니다. 투명한 유리 너머로 바라보이는 서울 시가지는 도시와 자연이 하나의 프레임에 담기는 특이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저는 영지원에서 계단 지름길을 골라 남산 순환로로 올라갔습니다. 경사가 제법 있어 숨이 찼지만, 덕분에 남측 포토 아일랜드에 올랐을 때 이태원, 후암동, 한강까지 탁 트인 조망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이 남산 순환로가 업힐(Uphill) 훈련 코스로 유명한 구간이기도 한데, 업힐이란 오르막 구간을 지속적으로 주행하며 심폐지구력과 근력을 함께 훈련하는 사이클링 방식입니다. 실제로 이 날도 패달을 밟으며 올라오는 분들이 여럿 보였습니다.

    남산타워 정류소에서 내려가면 작년 가을 개방 이후 남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스로 자리 잡은 '남산 하늘숲길'로 이어집니다. 무장애 탐방로(Barrier-Free Trail)로 조성된 이 길은 휠체어나 유모차도 이동이 가능하도록 경사를 최소화한 무장애 설계 원칙을 적용한 탐방로입니다. 약 400m 내리막에서 시작해 종착지인 남산도서관까지 30분 남짓 걸리며, 중간에 새소리와 바람 소리만 들려서 걷는 내내 귀가 편안해집니다.

    서울시 공원 녹지 현황 자료에 따르면 남산 일대 녹지 면적은 약 295만㎡에 달하며, 도심 열섬 현상(Urban Heat Island Effect) 완화에 기여하는 대표적인 도시 녹지 축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여기서 도심 열섬 현상이란 건물과 아스팔트가 밀집한 도심부 기온이 주변 외곽 지역보다 현저히 높아지는 현상으로, 도시 숲이 이를 완충하는 핵심 역할을 합니다(출처: 서울특별시). 한국 숲 정원이 단순한 관광 명소를 넘어 서울 시민의 일상 건강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인프라라는 점에서, 이번 개방은 환경 복지 측면에서도 꽤 의미 있는 사업으로 보입니다.

    한국 숲 정원부터 남산도서관까지 총 5km 코스를 한 시간 반 동안 걸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절반 이상이 그늘 구간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개장 초기라 죽림원의 대나무를 비롯한 일부 식생이 아직 울창하게 자라지 않아 양지 구간이 꽤 깁니다. 시간이 지나 수목이 성장하면 지금과는 또 다른 공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동시에 들었습니다.

    결국 도심에서 이 정도의 자연 밀도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 코스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완벽한 야생의 맛을 기대하기보다, 잘 설계된 도시 자연 체험지로 접근하는 것이 맞는 방문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른 아침 버스 한 번에 닿을 수 있는 거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 주말 반나절 코스로 이 루트를 먼저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39Y8hG-a3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