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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제미나이 라이브(Gemini Live)를 처음 여행 가이드로 써본 날, 솔직히 반은 의심하면서 켰습니다. 해운대에 내리자마자 또 비가 쏟아졌고, 비가 오는 날 회를 먹으면 안 된다는 오래된 속설이 떠오르자 AI한테 대신 맛집을 물어봤습니다. 그 선택이 꽤 괜찮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AI 가이드로 찾아간 우럭구이, 그 성적표

    비 오는 날 생선회는 건너뛰기로 하고 제미나이에게 "생선구이에 된장찌개 먹을 수 있는 곳"을 물었습니다. 여기서 제미나이 라이브란, 텍스트를 입력하는 기존 AI 검색과 달리 음성으로 실시간 대화하며 상황에 맞는 추천을 받는 멀티모달(Multimodal) 인터페이스입니다. 멀티모달이란 텍스트, 음성, 이미지를 동시에 처리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카메라로 눈앞 풍경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이 근처 맛집 어디야?"라고 말하는 식으로 쓸 수 있는 겁니다.

    제미나이는 해운대 미포 쪽에 있는 생선구이 식당을 안내해줬고, 저는 반신반의하며 골목을 걸어 들어갔습니다. 찾아간 곳은 '새아침'이라는 식당이었는데, 제가 직접 들어가서 먹어보니 예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우럭구이 정식 2인분에 26,000원, 그냥 구워낸 게 아니라 양념을 입혀 한 번 더 조린 조림구이 방식이었습니다.

    이 조림구이 방식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생선을 그냥 굽는 직화구이와 달리, 먼저 구운 뒤 양념에 조리는 과정을 거치면 생선 살에 간이 고르게 밴 상태로 겉면은 바삭하게 유지됩니다. 특히 꼬리 부분이 감자칩처럼 바삭해지는데, 제가 먹으면서 자꾸 그 부분만 집게 됐습니다. 밥 위에 조림 국물을 살짝 얹어 섞어 먹는 순간, 40년쯤 전 어릴 때 왔던 집밥 냄새가 났습니다. AI가 추천한 곳에서 추억의 맛을 찾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AI 추천의 정확도를 따지면, 이번 경험에서는 합격점이었습니다. 다만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기반 정보 검색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RAG란 AI가 사전 학습된 지식 외에 외부 데이터베이스를 실시간으로 검색해 답변을 생성하는 방식입니다. 리뷰가 쌓이지 않은 신생 가게나 골목 안쪽 노포(老鋪)처럼 온라인 데이터가 적은 곳은 여전히 AI의 레이더에 잘 안 잡힙니다. 그 빈자리는 결국 지나가다 만난 현지 주민의 한마디가 채워줬습니다.

    해운대에서 AI 여행을 활용할 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던 장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비 오는 날 컨디션에 맞는 음식 카테고리를 빠르게 좁히기
    • 모래 조각 전시물이 비에 무너지지 않는 이유를 현장에서 즉시 질문하기
    • 부산 어묵의 역사적 기원처럼 즉흥적으로 생긴 궁금증 해소하기
    • 이동 중 해리단길 같은 핫스팟의 위치와 특징을 미리 파악하기

    해리단길과 빙수, 그리고 AI가 못 잡아낸 것들

    식사 후 해운대 모래사장을 걸었습니다. 모래사장에서는 해운대 모래 축제(Haeundae Sand Festival) 전시물이 한창이었습니다. 해운대 모래 축제란 매년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열리는 국제 모래 조각 이벤트로, 전 세계 작가들이 참여해 수톤의 모래를 압축해 조각품을 만드는 행사입니다(출처: 해운대구청). 조각이 비에도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고운 모래를 고압으로 압축하고 천연 응결제를 섞어 구조적 강도를 높이기 때문인데, 이 정보는 제미나이한테 현장에서 바로 물어봐서 알게 됐습니다.

    모래사장에서 해리단길로 넘어가는 길목에 전통 시장 골목이 있었습니다. 갓 튀겨낸 꿀호떡을 하나 샀는데, 기름 범벅인 호떡을 싫어하는 편인 저도 이건 달랐습니다. 튀김기에서 꺼낸 직후라 겉이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했고, 기름이 과하지 않았습니다. 신선도가 맛을 결정하는 전형적인 사례였습니다.

    해리단길은 기대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해운대 해수욕장 쪽에서 걸어오면 엘시티(LCT) 같은 고층 복합 개발 건물이 빽빽하게 시야를 채우다가, 해리단길로 꺾어 들어가는 순간 갑자기 하늘이 열리면서 레트로 감성의 저층 건물들이 나타납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진행된 골목이지만 아직 원형이 남아 있는 구간이 있어, 고층 개발 지구와 공존하는 특이한 도시 경관을 만들어냅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낙후된 구도심에 상업시설이 들어서며 지역 특성이 변해가는 현상을 뜻합니다.

    해리단길 한 카페에서 라즈베리 빙수를 먹었는데, 이건 제가 이번 여행에서 먹은 것 중 단연 1위였습니다. 직접 운영하는 농장에서 공수한 산딸기를 올려준다고 했는데, 씹을 때 씨가 오독오독 씹히고 얼음은 사각사각 부서지면서 연유가 퍼지는 그 식감은 글로 설명하면 반밖에 못 전달합니다. 하루 종일 걸어다닌 피로가 그 한 그릇으로 풀렸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부산 어묵이 서민 음식으로 자리잡게 된 배경도 이날 알게 됐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유입된 어묵은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부산에 집중되면서 저렴하고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으로 빠르게 퍼졌습니다. 한국의 음식 문화 형성과 역사적 배경에 대한 연구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AI 여행 가이드는 분명히 편리합니다. 블로그 검색을 여러 탭 열어놓고 비교하던 시간이 줄었고, 엉뚱한 식당을 찾아 헤매는 경우도 줄었습니다. 다만 이날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 시장 골목에서 우연히 만난 현지인 추천이나 아버지 세대 뮤직비디오 촬영지 이야기, 비둘기를 어깨에 앉히는 아저씨, 이런 장면들은 어떤 AI도 사전에 설계해줄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여행 동선의 틀은 AI가 잡아주되, 그 안을 채우는 건 결국 발로 걷고 사람과 부딪히는 시간입니다. 해운대에 간다면 해리단길 끝에 있는 카페들을 그냥 지나치지 마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PhNGcN2zSx8